전문가칼럼
기술발전 및 환경규제에 따른 엔진오일의 변화 – PCMO편
  •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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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보훈 윤활유 박사

 

<시리즈 목록>

[윤활유 산업 이야기(1) 링크: 윤활유의 인식이 바뀐다, 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는 윤활유]

[윤활유 산업 이야기(2) 링크: API의 베이스오일 그룹 기준과 합성기유]

 

도구의 창의적인 개발과 사용은 인간과 다른 동물들을 구분하는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몇몇 동물들도 도구를 사용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도구를 개량해 나가는 것은 인간이 가진 중요한 특성입니다. 인류가 개발해 발전시킨 도구 중 현대까지 그 중요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에는 그릇, 매듭, 바퀴, 숫자, 칼 등이 있습니다. 그 중 바퀴(Wheel)는 초기엔 사람이나 동물이 끌다가, 증기기관이라는 동력원이 생기며 급격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도 이 시기입니다.

 

이후 시간이 더 지나며 사람들이 편리함과 함께 더 빠른 속도, 더 높은 효율을 추구함에 따라 내연기관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점화 시 스파크를 일으켜 폭발하는 힘을 이용하는 최초의 가솔린 엔진은 1879년 독일의 카를 벤츠가 개발했고, 1886년에 특허를 냈습니다. 1894년엔 마찬가지로 독일의 루돌프 디젤이 압축 시 발생하는 열로 기름을 태워 폭발하는 힘을 이용하는 디젤엔진을 개발했습니다. 이후로도 내연기관은 발전 및 개량이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연기관의 성능 개선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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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오일의 변화는 내연기관의 변화와 함께 이뤄졌습니다. 힘/편리/절약/환경이라는 4가지 키워드가 자동차를 변화시켜온 것처럼, 엔진오일도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변화해온 것이죠. 오늘 칼럼에서는 자동차 엔진오일의 특성과 변화 흐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CMO, PCDO, HDDO

시작하기에 앞서 용어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엔진오일의 종류에는 PCMO, PCDO, HDDO 등이 있는데 그중 PCMO는 ‘Passenger Car Motor Oil’, 즉 승용차 엔진오일을 뜻합니다. PCDO는 ‘Passenger Car Diesel Oil’의 약자로 승용디젤차량 엔진오일, HDDO는 ‘Heavy Duty Diesel Oil’로 상용디젤차량 엔진오일을 의미합니다. 오늘 중점적으로 살펴볼 PCMO는 일반적으로 가솔린 승용차 엔진오일을 가리키는데, Gasoline이 아닌 Motor를 쓰는 이유는 낮은 가솔린 가격 덕분에 중소형 자동차 거의 대부분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특성을 따른 것입니다. 이 3가지 카테고리는 엔진의 작동원리 및 연료, 연소량에 따라 기계적인 구조 및 연소환경이 모두 달라집니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의 차이도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가장 큰 차이는 점화플러그의 유무일 것입니다. 엔진은 동작을 위해 폭발에 의한 힘이 필요합니다. 이때 디젤의 경우 고압으로 압축되면 350°C 정도에서 자연착화가 일어나지만, 가솔린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500°C에서 700°C까지 올라야 자연착화되므로 점화플러그를 통해 폭발을 유도해야 합니다. 점화플러그 스파크, 착화, 폭발의 단계로 힘을 얻는 것이죠. 이는 한꺼번에 큰 폭발을 통해 힘을 발생시키는 디젤 엔진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디젤 차량의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으신 적이 있을 텐데, 그 원인이 바로 이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다만 가솔린 엔진의 단점은 열효율이 낮아 연비가 낮은 편이고, 토크(회전력)가 낮아 주로 중소형 엔진에 사용됩니다.

 

엔진기술 발달과 함께해온 엔진오일 변화

초기 가솔린 엔진의 목표는 고성능이었습니다. 레이싱이나 군사용 등 고출력의 수요가 늘어나며 연료 사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의 성능을 내도록 엔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오일쇼크로 인해 유가가 폭등하며, 성능도 중요하지만 효율, 즉 연비의 중요성이 같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시간이 더 지나자 이번엔 환경보호가 주요 쟁점이 됐습니다.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나 스모그, 미세먼지 등 배출가스로 인한 문제들이 엔진 개발에 있어 핵심 이슈로 자리잡았습니다.
 
엔진오일의 변화 과정도 이러한 흐름과 같이해 왔습니다. 연비개선 및 배기가스 규제 해결을 위해 1)저점도 엔진오일, 2)마찰과 마모를 줄이는 엔진오일, 3)저온 점도 특성과 고온 점도 특성이 좋은 엔진오일(온도에 의한 변화가 적은 엔진오일), 4)적은 양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이 강한 장수명 엔진오일(열산화안정성 및 전단 안정성이 강한 고급기유 및 고성능 첨가제를 사용한 엔진오일), 5)환경규제에 맞춰 SAPS(Sulfated Ash, Phosphorus, Sulfur) 규정 및 금속성분 규정을 충족하는(Ashless) 엔진오일로 엔진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엔진의 기본적인 목표점은 고출력-고성능입니다. 이는 연비개선을 위한 경량화 및 소형화 추세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예가 터보차저입니다. 터보차저는 압축된 공기를 흡입기로 넣어 고출력을 만드는 원리인데 문제는 터보차저가 큰 열을 발생시키는 데다 공기의 압축으로 인해 엔진 전체의 온도가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열 발산 및 고온에서의 열산화 방지를 위한 엔진오일이 필요합니다. 또한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를 사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식이나 연소찌꺼기 부착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부식&녹 방지, 청정 및 분산 효과도 중요합니다.
 
출력을 높이는 다른 기술에는 GDI엔진이 있습니다. 이는 연소실에서 직접 연료를 분사시키는 기술로 압축비와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 연비절감 및 출력향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GDI엔진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LSPI(Low Speed Pre-Ignition)인데, 이 현상으로 인한 실린더 내부 손상과 노킹문제 등의 해결에 있어서도 엔진오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LSPI나 노킹문제의 원인이 되는 칼슘성분을 다른 성분으로 교체해서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한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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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 저감을 위해 배기라인에 설치하는 삼원 촉매(Three Way Catalytic Converter)는 연소 시 발생하는 NOx, CO, HC를 N2, CO2, H2O로 만들어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백금(Pt), 팔라듐(Pd), 로듐(Rd)과 같은 금속을 활용하는데, 이 금속들은 엔진오일에 있는 인, 황, 금속염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촉매의 성능과 수명을 떨어뜨립니다. 다만 이 성분들을 줄여도 마모마찰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첨가제들이 개발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기압축비 또는 연료 연소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피스톤 구조나 디자인 변경을 통해 와류현상을 만들어 연료주입을 효율화하거나 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로 밸브의 열리는 타이밍, 높이, 시간을 변경하면서 흡입가스 및 배기가스의 양을 조절해서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배기가스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연소찌꺼기나 soot(그을음)을 조절하기 위해 청정 분산제를 조합하고 이런 물질들로 인해 생기는 산화반응에 더 잘 견디는 엔진오일 개발이 필요합니다.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가장 중요한 엔진오일 이슈는 환경보호입니다. 유해물질 생성을 억제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핵심은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한 엔진오일 저점도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저점도화로 인해 부족해진 엔진오일의 내구성은 첨가제 및 고급기유를 통해 보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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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인프라 등 해결할 문제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중간에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모터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엔진 특성 상 소형화, 경량화, 고출력화가 필요하고, 자연히 하이브리드 차량에 사용되는 엔진오일도 이러한 조건을 견딜 수 있도록 고성능 엔진오일로 만들어졌습니다.
 

PCMO의 규격

엔진오일 규격으로 많이 언급되는 API(미국석유협회)와 ACEA(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PCMO 관련규격을 살펴보면 자동차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에 발표된 API의 최신 규격인 SP등급은 처음으로 타이밍체인 보호 성능을 테스트 기준에 포함했으며, 앞서 언급한 터보차저 및 직분사(GDI) 엔진에서의 LSPI 현상 방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도 추가되었습니다. SP와 이전 SN 등급 사이에는 SN PLUS라는 임시 등급이 존재했었는데(2017년), 이는 LSPI를 일으키는 소규모 점화현상을 줄이기 위해 청정제로 많이 사용되는 Calcium Sulfonate의 일부를 Magnesium Sulfonate로 변경하면서 나온 규격입니다. 참고로, API의 SH등급에서부터 연비에 관한 기준이 등장했는데, 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ACEA 역시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올 규격에 LSPI와 타이밍체인 보호에 대한 테스트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전세계 자동차 및 엔진 제조사들 또한 엔진오일 규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독일계 제조사들의 경우 ACEA 규격을 따르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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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엔진오일 규격은 API를 기본으로 하면서 저온 점도 특성 및 내구성, 연비개선효과를 추가한 Dexos1 Generation 2 라는 규격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본 것처럼 엔진오일의 변화는 자동차 및 엔진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화석연료가 지속가능에너지로 점차 변화하는 가운데 엔진오일의 역할도 서서히 축소되겠지만, 완전한 대체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PCMO에서도 계속 편리함과 고효율을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이므로, PCMO의 진화는 지속될 것입니다. 오늘의 칼럼은 여기서 마칩니다. 다음 번에는 PCDO에 관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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